200명에 끌려다닌 경찰… 1년 만에 사드 시위대 강제해산

입력 2018-04-23 18:18   수정 2018-04-24 05:01

병력 3000명으로 육탄 방어나선 시위대 뚫어… 공사 트럭 22대 반입

고성 등 격렬한 몸싸움
3시간 만에 진밭교서 끌어내

공권력 '소극적 자세' 비판 고조

국방부 "대화로 풀겠다" 저자세
4차례 진입 시도 번번이 무산
장병들 전투식량으로 끼니



[ 임락근/오경묵/이미아 기자 ]
정부가 23일 경찰력을 투입해 성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기지 길목을 가로막고 있던 시위대를 강제해산하고 기지 내로 공사 장비를 반입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4월 국방부가 기지 내에 사드 발사대, 레이더, 발전기 등의 반입을 시도하면서 반대하는 주민들과 첫 물리적 충돌이 일어난 지 1년 만이다. 경찰과 국방부가 정치적인 판단을 앞세우다 보니 수백 명에 불과한 시위대에 끌려다니며 공권력 공백 사태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물리적 대치 1년 만에 강제해산

경찰은 이날 오전 8시10분께 시위현장에 병력 3000여 명을 투입했다. 사드 기지 앞 진밭교에서 길목을 가로막고 시위 중이던 주민들과 사드 기지 건설 반대단체 200여 명을 세 시간여 만에 진밭교 밖으로 끌어냈다. 진밭교는 사드 기지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입구다. 건설 장비 반입 통행로 확보를 위해 경찰이 전날 저녁부터 진밭교를 봉쇄하자 시위대는 이곳에서 밤샘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북핵 위협이 사라졌다’며 사드 배치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진압에 맞서 PVC(폴리염화비닐)관에 팔을 넣고 서로를 연결해 저항했다. 경찰의 해산 시도를 막기 위해 몸을 고정시킬 수 있는 알루미늄 봉으로 만든 격자형 시위도구, 녹색 그물망도 등장했다.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주민 5~6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10여 명은 찰과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진통 끝에 경찰이 통행로를 확보하면서 공사 차량 22대가 오전 11시20분께 사드 기지 내로 들어갔다.

이날 반입된 자재는 숙소 지붕 누수, 화장실·오수처리, 조리시설 등의 공사를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드 기지에는 400여 명의 장병이 주둔 중이지만 수용시설은 150여 명 수준에 불과한 상태다. 이에 따라 위생 측면에서 취약하고, 주둔 미군 장병들은 몇 달째 전투식량으로 끼니를 해결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국방부의 이해하기 힘든 저자세

어렵사리 공사 차량 진입에 성공했지만 시위대에 대한 경찰과 국방부의 저자세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2월 국방부는 롯데상사와 사드 부지 교환계약을 체결하고 기지 조성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주민들과 사드 기지 반대단체들의 길목 농성으로 건축 자재와 생활용품 등이 기지 내로 반입되지 못했다. 국방부와 경찰은 여러 차례 물리력을 동원했지만 번번이 기지 진입에 실패했다. 대화를 강조하며 소극적 자세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시위대가 육탄방어전을 펼칠 때마다 맥없이 철수했다.

특히 국방부는 이해하기 힘든 저자세를 지속했다. ‘최대한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고 대화하겠다’며 시위대에 끌려다니기만 했다는 지적이다. 국방부는 작년 11월에는 반대 단체 요구를 수용해 사드 기지에 반입한 불도저, 지게차 등 공사 장비들을 모두 반출하기도 했다.

반면 시위대는 부당한 요구를 지속했다. 지난 19일에도 미군 측은 장병 생활 여건 개선을 위해 보안 문제를 감수하면서까지 공사 현장 공개 요구를 수용했지만, 시위대는 추가 조건을 내걸며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견 표출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지나치면 사회적 불안정을 일으키는 ‘참여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최소한의 공권력 확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임락근/오경묵/이미아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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